작성일 : 04-11-22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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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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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4.2.15
-수준미달…절반은 기존서적 윤문한 표절본-
도서관이나 서점에 있는 영미소설 번역본 10권 가운데 9권 이상은 번역수준이 미흡해 읽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절반 가량은 기존 번역서를 베끼거나 윤문만 가한 표절본이었다.
영미문학연구회(공동대표 오민석·서강목)가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2002년 8월부터 ‘영미고전문학 번역평가사업’을 벌인 결과 고전으로 꼽히는 영미문학작품 36편의 경우 총 1,808종의 번역서가 나와있어 평균 50종이나 됐는데도 불구, 13편 정도는 아예 추천할 만한 번역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문학자 44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 대상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비롯해 ‘실락원’ ‘로빈슨 크루소’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테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아들과 연인’ ‘주홍글씨’ ‘허클베리핀의 모험’ ‘무기여 잘 있거라’ 등이었다.
영미문학연구회가 이중 해방이전 발간본, 축약본, 아동용 판본, 중복출간본 등을 제외한 본격 번역서 573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54%인 310종이 남의 번역을 그대로 베끼거나 단어와 표현만 바꾸는 등 표절본이었다. 표절본 종수가 가장 많은 작품은 ‘주홍글씨’로 52종 가운데 75%인 39종이 표절이었다. ‘노인과 바다’(번역서 49종 중 표절본 27종), ‘무기여 잘있거라’(38종 중 25종)도 표절본의 숫자가 많았다.
표절본을 제외한 263종을 대상으로 했을 때 ▲추천본은 61종(본격 번역서 573종의 11%) ▲신뢰성이 높지 않은 번역본은 142종(25%) ▲신뢰하기 어려운 번역본은 60종(10%)으로 집계됐다. 추천본의 수요가 가장 많은 작품은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히는 ‘햄릿’과 ‘캔터베리이야기’였다. 이어 신뢰성이 높지 않은 번역본 가운데는 ‘위대한 개츠비’ ‘포우 단편집’ ‘허클베리 핀의 모험’ ‘호밀밭의 파수꾼’ 등 미국소설이 많았다. 추천할 만한 번역본이 한 권도 없는 13개 작품 가운데는 ‘무기여 잘 있거라’가 대표적으로 총 38종이 나왔으나 모두 부적합했다. ‘오만과 편견’ ‘주홍글씨’ ‘노인과 바다’도 제대로 된 번역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연구책임자인 김영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영문학)는 “번역서의 양적 풍요에 비해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데다 표절이 절반을 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번역을 학술업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윤정기자 yj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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